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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04.14 18:39

동양적 계산도구의 대명사인 주산이 컴퓨터에 밀려 사라지고 있다.

노동부는 14일 "국가기술자격법 개정방침에 따라 주산과 부기 자격 검정시험이 오는 2001년 1월1일부터 폐지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국내 주산자격보유자 500여만명이 1년8개월 후부터 아무 혜택도 받지 못하게 됐다. 부기자격보유자(250만명)는 신설될 '전산회
계자격' 시험에서 필기시험을 면제받게 돼 그나마 위안삼을 여지를 갖게 됐다.


사진설명 : 대한상공회의소 검정본부 직원이 주판을 옆에 두고 휴대용 계산기로 작업을 하고 있다.


주산은 1920년 조선총독부가 조선주산 보급회를 설립하며 본격 확산, 50년 상업고교에서 의무과목이 됐고 59년 자격검정시험이 시작됐
다.

한때 연간 주산 자격증 시험 응시자수가 20만명을 돌파하기도 했으나, 응시자가 97년 2만8628명, 98년 2만2302명으로 급감하고 있다. 85
년 이후 전국 400여개 정보고교(옛 상고)에서는 강의조차 않는 상태다.

일본의 마쓰무라 유미코와 함께 세계에서 2명뿐인 주산 11단 이춘덕(40) 서울여상 교사는 "간편한 계산도구만 찾으면서 학생들이 숫자
에 대한 감각을 잃어간다"며 "중국-일본-대만-싱가포르에서는 어머니들이 자녀들에게 숫자감각을 익혀주려고 주산을 가르쳐 다시 주산붐이
일고 있다"고 말했다.

한때 세계최강이던 한국의 주산실력은 하위권으로 떨어졌다. 한국은 세계주산연맹이 2년마다 주최하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87년 우승한
이후 지금까지 한번도 우승을 하지 못했다. 이 교사는 "대회에 나갈 8∼9단 실력의 학생이 없어 재작년 대회에는 20대 후반으로 OB팀을 구성
해 출전했다"고 말했다.

수년 전 '옥산산기', '한국산기' 등 주판 제조회사가 도산한 후 국산주판도 사라졌다. 이 때문에 필요한 사람은 주산을 선배들로부터 물
려받거나, 전량 일본-대만으로부터 수입되는 대당 1만∼1만5000원짜리 새 주판을 사야 한다.

 

출처 : http://m.chosun.com/svc/article.html?sname=news&contid=1999041470379&utm_source=urlcopy&utm_medium=shareM&utm_campaign=Mnews